전라도의 산

24.11.23.토 월출산

감투 2024. 11. 24. 22:27


11/22 12:17 AM 사당역 6번 출구
월출산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자리는 넓직하고 편했지만 마음이 불편한 것은...
헤드랜턴을 두고 왔다는 사실 ! ㅠㅠ
충전기에 100% 완충된 채로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랜턴이 자꾸 생각난다.
바보다...
 


04:30 AM
자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밤길을 달려 도갑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날씨는 춥다. 영하 1도다.
하늘엔 별이 총총 떠있다.
별이 많다. 
많은 별을 보면서 멀리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사방이 깜깜하고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그 많던 사람들이 이리저리 사라졌다.
서둘러 네이버 지도를 켜고 위치를 찾는다.
이제 출발이다.
 
(사진 없음)
05:20 AM
바람소리가 쉬이 쉬이 들린다.
올라오는 길이 제법 힘들다.
맨 처음 계곡을 지날 때는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차츰 바위와 돌이 많아지면서 경사가 가파르게 올라간다.
쉽게 생각했던 마음이 아차 싶어지는 순간은
내 뒤를 따라오던 불빛이 저만치 멀리 사라져간 때였다. 
주변은 정막하고, 바람소리만 남았다. 
불빛이라고는 내가 들고 있는
휴대폰 조명 하나였기 때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서둘러 오르는 것 밖에.
 


05:40 AM
억새밭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제법 평평한 길이 나와서 걷기가 편하다.
내 무릎도 잠시 쉬어간다.
사방이 트여 있어 낮에 오면 전망이 굉장히 좋을 것 같다.
저 멀리 도시의 불빛도 보인다.
주변은 깜깜하여 억새가 많다는 것 외에는
아쉽게도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다행히도 내 뒤를 따라오는 불빛이 3개 보인다.
멀리 있는 작은 불빛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어 의지가 된다.


06:50 AM
구정봉에 올랐다.
입구를 찾기 어려웠는데
작은 구멍 사이로 몸 하나 통과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정상 바위에서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
패딩도 꺼내 입고, 방풍을 단단히 했다.
멀리 태양빛이 차츰 붉어지면서
주변 산과 바위 사이사이로 색이 입혀진다.
멋지다. 다른 말은 필요없다.

신라인의 흔적


08:00 AM
구정봉을 내려와 마애여래좌상을 보러
500M 정도 내려갔다 구정봉 쪽으로 돌아왔고,
다시 능선길로 내려오면서 배틀굴까지 구경했다. 
능선이 저 멀리 천황봉까지 쭉 이어져 있는데
풍경이 가히 장관이다.
너무 아름답다.
태어나서 이런 풍경은 본 적 없는 것 같다.
 

큰바위얼굴
돼지바위


08:40 AM
천황봉에 올랐다.
구정봉에서는 사람들이 진짜 많았었는데
여기는 한 사람 밖에 없다.
다들 먼저 떠난 것일까.
잠시 쉬어간다.


09:40 AM
지금 이 순간 엄청난 바위를 마주하고 있다.
(이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사자봉이란 것을 알았다)
저 멀리 아래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도저히 위치를 찾아볼 수가 없다.
경사가 아찔하다.
거대한 기암의 위엄이 사뭇 남다르게 느껴진다.
웅장하다.
 

저 위에 바위 떨어지면 바로 사망 ㄷ


11:00 AM
천황사 방면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월출산은 등린이에게는 쉽지 않은 산이었다.
천황봉에서 천황사까지는
길고 긴 계단길이 상당히 많이 이어져 있었다.
특히 사자봉 쪽 길은 매우 어려움으로 되어 있었는데,
나는 그나마 하산하는 방향이라 나은 편이었지만
거꾸로 올라 온다고 생각해 보니
감이 엄두가 안났다.



나는 도선사를 출발하여
구정봉, 천황봉을 지나 이 곳 천황사로 내려왔는데,
반대편에서 올라오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았다.
구정봉에서 천황봉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은
너무도 아름답고,
정상에서 바람폭포 방향이 아닌, 
사자봉을 지나는 길은 앞서 만난 암릉들과는
성격이 달랐다.
무섭기도 했는데,
전과 후의 개성이 너무 달라서
코스 자체는 꽤나 재밌게 느껴졌다.
무릎이 아프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나 힘든 길이었다.
 

 
월출산은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하나의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가 오랜 세월 풍화의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자연의 신비로움과 위대함 앞에 경의를 표한다.






이상 월출산 후기 끗 -